[가치 육아- 이럴 땐] (19) 아이 '수면 교육' 꼭 해야 하나요
'수면 교육' 하려고 한다면 부모의 마음 먼저 돌아보고 아이에 미칠 영향 고려해야
밤늦도록 잠 안 자는 아이? "잘 수 있는 환경·분위기를"
[한라일보] 어른은 물론 아이에게도 '수면'은 정말 중요합니다. 태어나면서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시간인 만큼 잘 자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반드시 '수면 교육'을 해야 한다거나 아이를 잘 재우는 방법과 관련 '육아템'까지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수면 교육', 정말 필요한 걸까요.
= 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돌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수면 교육'을 하려는가 하는 거지요. 내가 아이를 빨리 잘 재워서 편하려고 하는 건지, 아이가 잘 자고 일어나 일상을 잘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말입니다.
수면을 위한 '교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수면 교육을 위해 우는 아이를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는 힘들다고 부모를 부르는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경험이 몸에 저장된다면 어떨까요. 애착 형성 등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면은 '교육'으로 접근할 부분이 아닙니다. 잠잘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스스로 잘 수 있도록 해야 하지요.
|"수면 '교육'보다 안정감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입니다. 아이가 잘 자고 일어나 편안하게 생활했으면 한다는 게 '진짜'여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재워야 한다는 마음이 급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잠을 못 이룹니다.
엄마 뱃속에 같이 있었던 아이에겐 엄마의 숨소리, 기운만으로 그 마음이 전달되니까요.
그러니 부모부터 괜찮아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시간이 어긋나지 않도록 아이가 잘 때 부모도 충분히 자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청소, 빨래 등은 잠시 미뤄두기도 하고요. 부모의 몸과 마음이 안정돼야 아이도 편히 잠들 수 있습니다.
아이의 몸도 편안해야 합니다. 주변이 시끄럽거나 배가 고프고 뭔가를 하고 싶어도 몸은 각성됩니다. 자기 전에는 몸이 천천히 이완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녁식사도 7시 전후로 즐겁게 하고, 목욕도 조금 일찍 마쳐 두고요.
이제 잘 시간이 됐다는 것을 분위기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부터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텔레비전을 끄며 주변 정리도 하고요. 아이 옆에 누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대화를 나눠 보세요. 모두가 잘 시간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될 겁니다.
아이가 평소 잠을 잘 못 이룬다면 부모의 수면 습관을 함께 돌아봐야 합니다. 엄마나 아빠가 잠을 못 이루면 아이들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밤에 자주 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자고 있는데 부모는 휴대폰을 하며 깨어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잘 시간 됐는데도 놀고 싶다고 할 땐?
밤이 늦었는데도 잘 생각이 없는 아이. 부모는 피곤한데 아이는 더 놀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엄마도 '나'를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엄마가 지금 정말 졸리고 피곤한데, 너희는 어때?", "더 놀고 싶어? 그럼 어떡하지"라고 말이에요.
"그냥 자!"라는 말보다 잠시 기다려 주는 게 좋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주면 되는지 묻고 약속을 정하는 거죠. 숫자나 그림으로 된 시계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좀 더 놀 수 있는 시간을 조율하고 나선 "가치(*아이 이름)야, 그럼 긴 침이 10에 가면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가 불을 끌 건데 괜찮겠어?"라고 미리 얘기하는 것도 약속을 지키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약속처럼 아이가 정한 시간에 놀이를 끝내고 잘 준비를 한다면 잊지 말고 이렇게 말해 주세요. "가치가 약속을 지켰구나. 고마워. 엄마도 편히 잘게. 가치도 잘 자."
시간이 다 됐는데 더 놀겠다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는 부모도 속상하다는 걸 알려주세요. "엄마가 더 이상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때 미안함을 느끼는 아이는 먼저 엄마에게 다가올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불을 끄려고 하는데 꺼도 괜찮겠니? 우리 약속이었지?"라고 다시 한 번 말해 주세요.
|"괴물이 나타날 것 같아!"… "무섭겠구나"
잠잘 때 유독 불안해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괴물이 나타날 것 같다'면서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일상에서 안 좋았던 경험,
양육자와의 관계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모든 아이들은 불안을 가지고 태어나는 만큼 불안이 잠들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부모의 첫마디가 중요합니다. "아냐. 괴물은 없어. 엄마 아빠도 여기 있잖아!"라고 말해도 아이에겐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생각과 상상을 인정해 주세요.
"아 괴물이 나타날 것 같구나. 그럼 무서울 수 있지"처럼 말이죠.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 말해 주면서 무서울 수 있겠다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편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만화나 책에서 무서운 걸 본 아이가 괴물이 나타날까 불안해 한다면 현실과의 구분을 지어주세요. "아 '책에서' 괴물이 나타났구나"처럼요.
책은 책이고, 실제는 그와 다르다는 것을 말해 주면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언제부터 따로 자야 할까요?"
아이의 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모님들이 궁금해 하는 게 또 있습니다. 언제부터 아이와 따로 자야 하느냐는 것이죠.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직도 같이 자려 한다'고 고민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반대로 물어봅니다. 아이가 언제까지 부모와 같이 자겠다고 할 것 같은지 말입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자는 데 부모가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이르게 떼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 스스로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지요.
방을 따로 두고 있어도 엄마, 아빠와 같이 자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좋다"고도 해 주세요. 이는 삶의 긍정적인 경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담기는 이런 기억이 혼란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