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땐 “다음에 안 할 게”, “미안해”라는 말보다…
“엄마가 다음부턴 안 할 게”라는 말은 좋지 않아요. 누구나 다음에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하게 되거든요. "미안해"라는 말도 정말 잘 써야 합니다. 미안하다고 해 놓곤 이내 같은 행동을 하며 또 미안하다고 하면 그 말 한 마디로 잘못이 없어지고 죄가 씻기는 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이렇게 말해주세요. "○○야, 네가 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걸 보니 엄마가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가 화나고 짜증날 때 너에게 소리를 지른 걸 따라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나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게 노력할게"라고 말이에요.
그런 다음에 아이를 살펴보세요.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진 행동만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랬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했는지를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야, 네가 무슨 일로 이렇게 속이 상했는지 궁금하네"라고 물어보는 거지요. 그러면 먹을 걸 못 먹었다거나 동생이 자기 것을 빼앗았다거나 여러 가지 상황을 이야기할 거예요. 그 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화날 수 있겠네, 짜증날 수 있겠네)"처럼 감정을 읽어주는 겁니다.
|화나고 짜증날 땐 어떻게?… “함께 대안 찾아보세요”
아이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건 사실 괜찮아요. 이런 표현을 하지 않는 게 더 문제입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기분을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예요. 자신을 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지르는 것만 해도 그래요. 소리를 지르면 소리를 지른 사람의 목도 아프지만 그걸 듣는 사람도 화나고 귀가 아프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요. 그러니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가 진정이 됐을 때 말해주세요.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는 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함께 대안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입니다. 그럼 아이 스스로 찾아낼 수도 있어요. "말로 해요", "양보해요" 이렇게 말이죠. 이런 좋은 말 뿐만 아니라 아이는 그 안에 엄청난 것을 지니고 있어요. 그걸 하나씩 꺼낼 때마다 "응 그래. ○○도 잘 알고 있구나"라고 격려해 주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아이와 엄마가 단 둘이 있을 때 안아주면서 표현해 주세요. "엄마가 우리 아들을 낳길 정말 잘했네. 우리 아들이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좋다. 고마워."
|아이를 키울 땐 결과보다는 ‘과정’을 봐야
아이가 셋이라면 아이 한 명 한 명의 감정을 읽어주는 게 쉽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세 아이가 모두 달려와 자신의 감정을 읽어주길 바라는 일은 거의 없어요. 만약 아이들끼리 문제가 일어났을 땐, 가장 먼저 엄마를 부르거나 엄마한테 오는 아이를 봐 주세요. 첫째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둘째도 따라온 상황이라면 둘째의 손을 잡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 첫째와 이야기를 마치는 거지요.
예를 들어 둘째 아이가 첫째가 자신을 때렸다며 엄마에게 온 상황이에요. 그때 둘째 말만 듣고 첫째에게 "왜 때렸어"라고 할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 줘야 합니다. 첫째에게도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둘째가 책을 밟고 있었는데 그걸 빼려다가 둘째가 넘어진 상황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럴 때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근데 동생이 네가 때렸다고 하니 속상했을 것 같아. 지금은 어때?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둘째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팠겠네”라며 아픈 곳을 살펴 주는 거예요. 자신이 안 때렸다는 첫째와 맞아서 아프다는 둘째 말을 그대로 받아주는 거죠. 엄마가
이렇게 감정만 읽어줘도 서로 미안해 할 수 있어요. 당장 사과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서로 무슨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잘 놀고 있으면 그때 가서 "잘 해결한 거야?"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요.
이렇게 아이를 키울 때는 결과보다 '과정'을 보는 게 중요해요. 살아가는 게 모든 과정의 연속인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은 그 과정 과정을 지혜롭게 넘기고 그 안에서 성취감, 자신감을 느끼며 보이지 않게 자란 답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정리=김지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