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에게 상처주는 부모의 말
세이브더칠드런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책이 있다. 바로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이다. 아이에게 상처 주는 100가지 말을 선정하고, 아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을 표현한 그림을 묶은 책이다.
책에는 아이에게 상처 주는 100가지 말을 올바르게 바꿔 표현한 ‘이렇게 바꿔서 말해 보세요’도 포함되어 있다. 아이에게 상처 주는 100가지 말 중에는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가 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이렇게 바꿔서 말해 보세요’가 아닌 ‘이 말은 아이에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적혀있다. 다른 말로 대체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이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는 부모의 인생을 닮는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부모의 말과 행동을 고스란히 흡수하며 닮지 말아야 할 부분도 닮아간다.
부모는 아이가 닮지 말았으면 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를 무심코 내뱉을 때가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얘가 누굴 닮아서 그래’, ‘쟤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그 피가 어디 가겠어’, ‘너 하는 거 보면 엄마 닮아서 그래’, ‘어쩜 아빠랑 성격이 똑같니’ 등이 있다.
부모는 별생각 없이 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아이는 자존감을 상실한 채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 부모는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를테면, 엄마가 게으름을 피우는 아이에게 ‘아빠처럼 이렇게 게을러서 어떡하니’라고 하면 아이는 ‘난 아빠를 닮았으니까, 그럼 아빠도 나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부정적 모습을 고스란히 부모에게 투사하고 자신과 부모를 동일시해 버린다.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라는 말을 듣는 아이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을 받는다. ⓒ베이비뉴스
그럼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부모부터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는 스스로 소중하지 않은 존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이 또는 배우자 역시 무언가 부족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나 자신을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부모 스스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했을 때, 아이 또는 배우자를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 부모의 자존감이 대물림되지 않는다.
둘째, 아이는 부모와 독립된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되 부모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는 아이를 부모의 종속된 소유물로 간주했을 때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만의 고유한 기질에 따라 삶을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비교한다. 가령, ‘엄마 닮아서 그림을 잘 그리네’, ‘아빠 닮아서 용감한데’, ‘튼튼한 팔뚝 좀 봐! 아빠 닮았나 봐’, ‘엄마를 닮아서 손재주가 있네’,
‘아빠랑 눈이 참 많이 닮았구나’, ‘미소가 엄마 미소인데’와 같이 서로 닮은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표현해 준다.
아이는 단지 살아가기 위한 기본 욕구를 가지고 태어날 뿐이다. 이미 형성된 자아 개념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의 자아상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자아상(Self-Image)을 그려주는 화가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로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의 긍정적 자아상을 만들어주는 화가가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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