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와 서술어는 문장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주어란 서술어가 나타내는 행위의 주체이고, 서술어는 주체나 대상을 서술하는 말이다. 가령 ‘꽃이 핀다’에서 주어는 ‘꽃이’, 서술어는 ‘핀다’가 된다. 한국어는 주어를 다른 성분에 비해 자주 생략하는 언어이다. 가령 ‘어디야?’는 주어 ‘너’가, ‘놀이터야’는 주어 ‘나’가 생략됐다. 이 같이 문맥 속에서 주어가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면 주어를 생략해도 소통하는 데 문제는 없다. 특히 사람이 주어일 때는 주어를 생략해도 당연히 사람이 주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이것이 우리말에 담긴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주어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나 추상적 개념이 될 수도 있다. ‘자전거가 충돌했다’, ‘시간이 부족하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처럼 사람이 주어가 아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문제는 주어가 사라진 문장은 저마다의 해석으로 숱한 오해를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야단칠 때 주어가 없는 문장을 사용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몇 번을 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야’, ‘왜 이렇게 못하니’, ‘짜증 낼 거면 하지 마’, ‘약속을 지켜야지’와 같은 표현을 들 수 있다. 모두 주어가 없는 문장으로 일방적인 명령형이 대부분이다. 말 자체가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설명 없이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어투다 보니 아이는 반성하거나 행동을 고치는 대신 자신의 자율성을 침해받았다는 생각에 몹시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숨겨진 주어를 찾아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까. ‘몇 번을 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야’는 ‘사람은 원래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려서 계속해 보는 게 중요해’, ‘왜 이렇게 못 하니’는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아’, ‘짜증 낼 거면 하지 마’는 ‘어려운 단계는 낮춰서 다시 해 보는 거야’, ‘약속을 지켜야지’가 아닌 ‘약속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은’, ‘이 부분은’, ‘어려운 단계는’, ‘약속은’이라는 주어를 사용했더니 이전과는 다르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숨겨진 주어를 찾아 표현해 줄 때 아이가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아이를 칭찬할 때는 ‘나’라는 ‘사람’을 주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혼자서 어떤 일을 해냈을 때 ‘너’를 주어로 하면 ‘너 오늘 너무 좋았어’가 돼 형식적인 칭찬이 된다. ‘나’를 주어로 하면 ‘네가 오늘 혼자서 해내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이 좋구나’라고 할 수 있고, 아이의 행동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 보다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도 ‘너 왜 빨리 안 해’가 아닌 ‘할 일이 많은데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엄마가 섭섭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함께할 때는 나와 너를 포함하는 1인칭 복수형 ‘우리’를 주어로 사용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 떡볶이 직접 만들어 먹을까’, ‘우리 같이 3시까지 책 읽는 거 어때’와 같은 표현이 있다.
모든 문장에는 문장의 주체가 되는 행위의 주인이 있기 마련이다. 주어는 문장의 주인공이자 행위의 주체이다. 문장의 주인인 주어가 자기 자리를 목적어나 보어 등의 다른 성분에게 양보하면 뜻이 모호해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생략했던 주어의 자리에 다시 주어를 채워 넣어 이전과는 다른 좋은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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